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 외로움과 공허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참조: 구글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 제목: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 감독: 소피아 코폴라 Sofia Coppola
• 개봉: 2004.02.20

 

 

 

떡잎부터 남달랐던 스칼렛 요한슨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그녀가 10대 때 촬영한 영화라는 것을 아시나요?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영화 속에서 스칼렛 요한슨의 얼굴이 앳되어 보이긴 했지만 그녀의 연기는 성숙한 여자의 것과도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그녀의 연기 인생이 궁금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일찍이 주디 갈랜드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를 보고 연기자의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7살이었지만 혼자 거울을 보면서 눈물 연기를 연습할 정도로 연기에 대해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어머니께 떼를 써서 각종 오디션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한동안 모든 오디션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아 슬퍼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데 이는 다름 아닌 그녀의 목소리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그녀가 앳된 얼굴과는 달리 낮은 목소리 톤을 가졌기 때문에 오디션을 볼 때마다 감기 걸렸냐, 어디 아프냐고 물어보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실패를 거듭하는 가운데 그녀의 어머니는 이쯤에서 그만두길 권유했지만 그녀는 그럴수록 더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계속 불합격하던 그녀는 9살 무렵 영화 단역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1994년작 <노스>라는 영화였습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그녀는 조금씩 가능성을 인정받기 시작받아 영화 단역에 출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그간의 아픔을 통해서 항상 열심히 역할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릴 적 그녀의 목소리는 그녀의 발목을 잡았지만,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후엔 그녀의 커리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12살에 1998년작 <호스 위스퍼러>에 출연해 승마를 하다 한쪽 다리를 잃은 주인공 가족의 딸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어둡고 상처 입은 소녀를 연기해야 했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연기를 위해 다리를 잃은 사람들에 대해 책을 잃고 동일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칼렛 요한슨은 이 연기로 인해서 그 해의 아역 배우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스칼렛 요한슨은 그 뒤로도 꾸준한 연기 생활로 인해 10대 시절 이미 주연급으로 부상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다른 배우들과의 차별성을 만들어 준 것으로 어릴 적의 컴플랙스가 그녀에게 전화위복의 힘이 된 것입니다. 그녀는 영화 <판타스틱 소녀 백서>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그리고 오늘의 영화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통해 성인 역할이 가능한 10대 배우로 당당히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 도쿄에 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노년의 밥(빌 머레이)은 주류 광고를 찍기 위해 일본 도쿄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한 때 최고의 할리우드 배우였기에 아직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는 한 호텔에 도착해서 쉬고자 바에 내려가지만,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로 인해 곧 도망치듯 나옵니다. 주류 광고를 찍기 위해 일본인 감독과 통역사를 두고 대화하려 하지만 소통이 잘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촬영장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유명인인 그에게 많은 사람들은 친절하게 대하지만 그에겐 이 모든 것이 낯선 환경일 뿐입니다. 잠들지 못하는 나날이 지속되는 가운데 또 다른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샬롯(스칼렛 요한슨)은 사진작가인 자신의 남편을 따라 일본 도쿄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출근한 뒤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써보려 노력합니다. 수영을 하기도 하고, 시장에 나가 구경을 하고, 명상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고독함과 쓸쓸함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잠들지 못하는 밤 그녀는 바에 나가 홀로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어느 날 밥과 샬롯은 바에서 마주쳐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처음 나눈 대화였지만 서로 비슷한 점이 많아 오랜만에 그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그녀의 남편은 다른 지방으로 장기 출장을 가게 되고 그녀는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샬롯은 어느 날처럼 수영을 하고 돌아가던 중 밥을 만나 그를 파티에 초대합니다. 그들은 함께 파티에 참석해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불면증으로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그들은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편히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밥은 최근 자신이 일본에서 경험한 일들에 대해 자신의 아내에게 이야기하려 하지만, 아내는 그의 말을 들어줄 여유가 없습니다. 늘 집 인테리어에 대한 의견만 물어올 뿐이죠. 이제 밥과 샬롯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내를 구경하기도 하고 바에서 대화를 나누고 같이 영화를 보며 서로의 첫인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들은 나이를 넘어 친한 친구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밥은 출연하기 싫었던 일본 토크쇼에 출연하게 되어하기 싫었던 모습을 연기하게 되었습니다. 토크쇼를 마치고 술 한잔 하러 간 밥은 그곳에서 이름 모를 여자와 만나 사고를 치게 됩니다. 다음날 아침 그의 방을 찾아온 샬롯이 이를 보고 크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호텔에 올린 화재 경보를 계기로 다시 로비에서 만나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 밥은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떠나야 하는 밥을 샬롯은 로비에서 배웅하고 그들은 헤어집니다. 그들이 헤어지고 밥이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던 중 길을 걷던 샬롯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는 택시에서 내려 샬롯에서 미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 인사를 합니다. 그의 속삭임을 듣고 미소 짓는 샬롯의 모습으로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일반적인 로맨스 사랑 영화는 아닙니다

 처음에 저는 이 영화 포스터를 보고 나이차를 극복한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고독하고 쓸쓸한 감정이 느껴졌고, 두 주인공들을 통해서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단순히 에로틱한 사랑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는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대표작으로 그녀의 아버지 역시 영화 <대부>의 감독입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도쿄에서 있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의 각본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그녀가 본 일본의 모습은 화려했지만 다소 고독하고 외로운 곳이었나 봅니다. 보는 사람들은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 주인공인 밥과 샬롯은 각기 남편, 아내와 진솔한 대화다운 대화가 이뤄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몸담고 있던 일본은 화려하긴 하지만 그 누구와도 대화를 할 수 없습니다. 몸은 편안할 수 있지만 그들의 마음은 세상에 혼자 있는 것과 같이 외롭습니다. 그러던 중 그들은 우연히 대화가 통하는 상대를 만나게 되어 진심으로 웃기 시작했습니다. 우울했던 도시가 활기를 되찾고 밤에는 편히 잠을 이루게 됩니다.

 이런 밥과 샬롯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는 외로운 현대인들, 곧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때로는 혼자 있는 듯한 마음에 뭐라고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영화는 고독함의 해결책으로 진정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존재를 말하는 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아닌 대화가 통하는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밥이 샬롯에게 한 마지막 인사말이 더 궁금한 영화입니다.